이란전을 가림막 삼아 가자를 벌줄 또 다른 길을 찾는 이스라엘 (오후드 나사르, 2026)

원문: Ohood Nassar, “Under the shadow of the Iran war, Israel finds another way to punish Gaza,” Al Jazeera, 2026.03.01.

한 남성이 인도적 구호 물자와 연료를 싣고 이집트-가자지구 국경 통과를 위해 대기 중인 트럭들 사이에서 기도하고 있다. 2026.02.10. 로이터통신.


이스라엘과 합중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과거에 국경 봉쇄가 기근을 일으켰던 것을 잊지 않은 그들은 시장으로 달려가 살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샀다. 그 결과 식료품, 생필품 가격이 치솟았다. 이내 국경이 폐쇄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모든 일은 이스라엘이 등록 요건을 갖추지 않은 37개 NGO에 대해 지정한 가자 철수 유예 기간이 끝날 즈음 벌어졌다. (프랑스어 약어 MSF로도 불리는) 국경없는의사회, 영국 팔레스타인의료구호Medical Aid for Palestinians UK, 핸디캡 인터내셔널Handicap International: Humanity & Inclusion, 액션에이드ActionAid, 케어CARE 등의 조직들이 가자에서의 활동을 중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이스라엘 대법원은 단체들에서 제기한 금지 조치 무효 소송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역주1] 하지만 이런 결정이 나왔다고는 해도 단체들이 온전히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점령 당국이 게속해서 이들의 물자와 해외 직원들의 가자 진입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들에 따르면 이들은 가자 지구 내 식량 지원의 절반, 야전 병원 의료의 60%를 맡고 있다.

가자의 수많은 가족들에게 이는 굶주림을 ― 식량 꾸러미 배급이 중단되고 먹고 살 길이 사라질 것임을 ― 뜻한다.

우리는 국경 폐쇄가 안보 문제가 아니듯 이것 역시 NGO들이 새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또 한 가지 형태의 집단 처벌을 가하는 일이다.

기적적으로 대법원에서 NGO 금지 조치의 효력을 중지시켰다고는 해도, 이스라엘 점령 당국은 이 해외 단체들을 가자에서 쫓아낼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이달 들어 전해진 가자 지구 곳곳에서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월드센트럴키친World Central Kitchen에서 활동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역주2]

가자 정부 언론청에 따르면 이는 이스라엘에서 물류 트럭 대부분의 진입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재료 부족으로 요리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서 월드센트럴키친에서는 하루에 백만인분의 식사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 주 혹은 수 개월간 이어질 수도 있는 이란과의 전쟁 속에서 이렇게 수십만 가족이 다시 한 번 식량 부족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일에 앞서 이스라엘이 전부터 UNRWA와의 전쟁을 이어왔다. UNRWA는 1949년에 설립된 국제연합 산하 기구로 국제적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의 근간이다. 긴급 역량 대응 능력이 가장 크고 제공 서비스의 폭이 가장 넓은 기구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UNRWA 활동을 금지하고 가자 지구로의 물자 반입을 차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부단한 로비를 통해 UNRWA 예산을 상당 부분 삭감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로 지난 달에 600명이 해고되었다. 남은 이들의 급여도 20% 줄었다.

이번 NGO 금지 조치는 아마도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현재 가자의 실업률은 이미 80%를 넘어섰다.

내 가족 또한 고통 받게 될 것이다. 그간은 NGO들에서 나눠주는 식료품과 기본 용품의 도움을 받았고 형은 그 중 한 단체 덕이 임시직 운전기사 일을 구할 수도 있었다.

국제 단체들이 문을 닫게 되면 그들의 활동과 고용에 의지하고 있는 수십만 민간인의 삶이 직접적으로 위험에 처한다. 국경 페쇄는 또 한 번의 기아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새삼 뉴스거리도 못 될 집단 처벌이다. 이스라엘은 우리의 삶을 훨씬 더 못 견딜 일로 만들, 초토화된 우리의 고국에서는 훨씬 더 불가능한 일로 만들 새로운 방법들을 끊임없이 생각해 낸다.

두 해 반에 걸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은 병원, 학교, 대학, 도로, 상하수도, 정수 시설, 전력망, 무수한 발전기와 태양광 패널을 파괴했다.

인구 대다수가 혹한과 혹서를 마아주지 못하는 천막이나 임시 주택에서 원시 시대처럼 살고 있다.

물은 오염됐고 먹을 것은 부족하고 땅은 파괴당한 채 유독 물질에 노출됐다.

이 모든 일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를 절망케, 끝내 항복하게 하는 것, 우리가 우리 땅을 버리고 떠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 상호 합의에 따른 민족 청소다.

이스라엘이 금지하려 드는 단체들은 전부 해외 단체들이다. 대부분이 서구 국가 기반이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이 제 나라 단체들에 가하는 조치를규탄하는 서구 정부는 없다시피 하다. 점령 당국이 구호품 보급을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 국제 인도적 지원을 파괴하려 드는데 아무도 격노하지 않는다.

집단 처벌은 국제법 위반이다. 각국은 말로만 하는 규탄을 넘어 제제를 가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 전까지는, 가자에 있는 우리들은 계속 갈수록 잔혹해져 가는 우리 점령자들의 갖가지 집단 처벌에 시달릴 것이다.


역주1 김지훈, 〈이스라엘 정부 막아선 대법원, 구호단체 가자 활동 허용〉, 《한겨레》, 2026.02.27. 참고.

역주2 월드센트럴키친에서는 3월 1일자로 최근에 7일분을 유지해 오던 재고 물량이 국경 진입 제한으로 2일분밖에 남지 않아 조만간 활동이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임을 알렸으며 3월 5일에는 활동 규모를 줄이고 가장 취약한 인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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