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은 가자에 느림을 강요한다. 속도는 우리의 탈출구다. (알리 스카이크, 2026)

원문: Ali Skaik, “In Gaza, the occupation enforces slowness. Speed is our escape.” Palestine Deep Dive, 2026.01.28.

군중이 오토바이를 타고 모래 언덕을 내려가는 사람을 보고 있다.

사진: 카메르 알-레피Khames al-Refi

매주 금요일 오후, 고된 한 주의 끝이 다가올 무렵이면 모래사장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가자 서쪽에서, 한때 “네차림 회랑Netzarim corridor[역주1]이라 불렸던 상처 입은 지대를 따라 알-자흐라al-Zahra 사구 해안에서 엔진들이 으르렁대며 잠에서 깨어난다.

오토바이와 오프로드 차량들이 사구를 가로질러 ― 어찌저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아직 푸른 ― 바다를 향해 몰려 나간다. 타이어가 푹푹 빠진다. 모래가 불꽃놀이 같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몇 시간 동안이나마 가자의 젊음이 약진한다. 슬픔보다 빠르게, 기억보다 빠르게, 우리 삶에 강제되는 숨 막히는 느림보다 빠르게.

매주 열리는 이 의식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15년 경부터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네차림 일대와 알-자흐라시 근교에 모여 달리고 곡예를 부리며 제 한계를 시험한다.

하지만 이 일대를 죽음의 지대로 만든 두 해의 인종학살, 피란, 연료 기근, 이스라엘 군대 주둔를 보낸 지금, 여기 사구로 돌아오는 것은 그저 취미가 아니다. 탈환 행위다.

“우리는 삶을 사랑해요.” 라이더 무리 중 한 명인 서른 살 마흐무드 사케르Mahmoud Saqer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그걸 기억하는 방식이에요.”

마흐무드는 지난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초기의 알-자흐라는 그야말로 살아 있었다. 라이더들, 가족들, 아이들, 상인들, 구경꾼들, 금요일이면 수천 명이 모이곤 했다. 넓게 펼쳐진 사구와 온전한 도로가 있었고 기름도 살 수 있었다.

오프로드용 사륜차량이 모래밭을 달리고 있다. 뒤로는 폐허인 듯한 마을이 흐릿하게 보인다.

사진: 카메르 알-레피

“누구나 자기 스타일이 있죠. 바퀴를 들어올리는 사람도 있고 가파른 모래 언덕을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요. 떨어져서 뼈가 부러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빠른 죽음’이라고 놀리곤 했어요. 하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요. 될 때가지 하죠.” 마흐무드가 덧붙였다.

모임은 공동의 행사였다. 엔진 소리와 중력을 거스르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자연스레 군중이 모였다. 보는 것도 모임의 일부였다. 라이더들에게나 구경꾼들에게나 해방release이었다.

텅 빈 해안선

인종학살이 시작된 후로는 그런 해방감을 맛볼 수 없게 되었다.

인종학살이 벌어지는 동안 네차림은 죽음의 회랑이 되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그 일대를 점령했다. 회랑을 지나가려고 하면, 심지어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발견 즉시 사살 당할 위협을 감수해야 했다. 기름은 사라졌다. 조금이나마 가자에 반입된 것도 말도 안 되게 비쌌다 ― 티러 당 40달러까지도 했다. 오토바이와 오프로드 차량은 숨겨 두어야 했다.

집이 파괴 당해 알-시자이야al-Shejaiya 마을을 떠나 피란한 스물여섯 잇삼 아부 아스르Issam Abu Asr는 “우리는 오토바이를 전부 넣어뒀어요”라며 “우리 열정을 잊어서가 아니라, 미사일 한 발이면 전부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고 말했다.

열다섯 살 왈리드 알아리르Waleed Alareer 같이 보다 어린 라이더들에게 이 상실은 특히 깊게 다가왔다. 인종학살 전에는 불이 밝게 켜진 아스팔트 도로에서 균형잡기와 운전을 배우며 바다를 따라 달렸다. 인종학살 중에는 기껏해야 그나마 가장 가까운 데까지 가서 텅빈 해반선을 바라보며 엔진 소리를 상상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네차림 일대에 진을 치고 있었을 땐 갈 수 있는 끝까지 가서는 가만히 서서 기억을 떠올렸어요.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북에서 남으로 달리곤 했던 기억을요.”

고무 타는 냄새

이스라엘군이 물러 가고 라이더들이 조심스레 돌아왔을 땐 감정이 북받쳤다 ― 하지만 완전치는 않았다. 마흐무드는 “두 해 동안 타질 못했어요”라며 “처음 돌아왔을 땐 느낌이 낯설었어요. 앞바퀴를 들지도 못했죠” 라고 했다.

스물둘 모함마드 알-자자Mohammad Al-Zaza는 이 귀환이 산산조각난 기억을 이어 붙이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 “전에는 어땠는지 기억해 내려고 애써요.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이제 여기엔 없어요. 도로는 파괴됐죠. 가로등도 없고요. 해질 무렵이면 마쳐야 해요. 전에는 자정까지 했었는데 말이에요.”

사방에서 상실이 눈에 보인다. 한때 같이 달렸던 친구는 사라졌다 ― 죽임 당하거나 쫓겨났거나 폭격에 망가진 오토바이를 고치지 못했거나. 알-자흐라시는 지도에서 사라졌다. 네차림은 군데군데 조각만 남아 이제 좁고 붐빈다. 그래도 그들은 온다.

오토바이에 탄 채 앞바퀴를 들고 있는 사람.

사진: 카메르 알-레피

금요일 오후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라이더들 주변을 둥글게 에워싼다. 깨진 콘트리트 판에 앉는 이들도, 모래에 맨발로 서는 이들도 있다. 오토바이에 공중에 떠오르면 아이들이 환호한다. 바닷바람에 실려온 소금 냄새,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고무 타는 냄새와 섞인다.

엔진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면 모래가 아치를 그리며 흩날린다. 속도를 높이면 사구가 진동한다. 라이더들은 앞바퀴를 들고 달리고 흙바닥에서 드리프트를 하고 중력을 더는 못 이길 것 같은 데까지 언덕을 오른다 ― 그리고는 결국 이긴다. “그저 우리만의 일이 아니에요. 보고 있는 사람들도 에너지를 뿜죠. 오토바이, 바다, 날리는 모래를 보면서요. 한 순간, 모두의 숨통이 트이는 거예요.” 마흐무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속도는 전염된다. 가만히 서 있어도 속도를 느낀다.

강제되는 느림

가자에서는 느림이, ― 전기, 연료, 허가, 재건, 구호에 대한 ― 기다림이 강제된다. 점령은 시간을 벌이 될 때까지 늘인다. 속도가 중요한 것은 그래서다. 모함마드는 “빠르게 달릴 때면 아드레날린과 행복 호르몬이 나온다”고 말한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요.” 잇삼은 다르게 설명한다. “속도는 본능이에요. 우리 속에 있는 거죠. 점령은 그걸 ― 특히 연료 반입이 차단 됐을 때 ― 죽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죠.”

여전히 기름은 귀하고 턱 없이 비싸다. 수리용 부품이나 엔진 오일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 번 한 번이 전부 잘 계산해서 나눈 귀중한 라이딩이다. 그럼에도 오토바이들은 계속 움직인다.

라이더들은 결코 혼자 가지 않는다. 함께 도착하고 함께 돌아간다. 동지애가 있어서기도, 안전을 위해서기도 하다. 하지만 텅 빈 네차림에는 위험이 ― 범죄 집단들, 부역자들, 가시지 않은 폭력 위협이 ― 도사리고 있다. 잇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리 지어서 라이딩을 해요. 기세를 높이고 서로를 보호하는 거죠.”

모래사장에서 사륜 자동차를 타고 있는 사람. 앞의 사진들에 비해 어린, 청소년으로 보이는 이가 주인공이다. 주위도 사람 몇이 서 있다.

사진: 카메르 알-레피

라이더들은 미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몸을 풀어주고 동선을 공유하고 라이딩을 기록해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올린다. 가시성 자체가 하나의 선언이 된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왈리드는 처음 탔던 날을 회상하며 웃음을 짓는다. “행복하게 날아 올랐어요, 웃음이 멈추질 않았죠.”

곤궁과 상실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모래사장은 가자에 드문 무언가를, 거르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라이더들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기름 가격, 파괴된 기반시설들, 과거로 돌이킬 수 없음에 관해 기탄 없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항복을 말하는 이는 없다.

흙바닥에서 사륜 자동차를 타고 출발하려는 사람. 주위로 수십 명이 둘러서서 그를 보고 있다.

사진: 카메르 알-레피

그들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연료와 부품과 재건을 허가하도록 점령 당국을 압박하라. 아무런 자원 없이도 제 재능을 잃지 않고 살아남은 가자의 청년들을 지지하라. 무엇보다도, 이 즐거움 자체가 하나의 저항임을 알라.

태양이 지중해로 내려앉고 엔진들이 조용해지면 모래도 잠잠해진다. 라이더들은 다음주 금요일을 약속하며 짐을 챙긴다. 네차림의 사구들 위에서 ― 폐허와 바다 공기와 흩나리는 모래알갱이 사이에서 ― 그들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내기를, 그 무엇보다도 삶을 택한다.


역주1 가자시 바로 남쪽을 지나며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가자/이스라엘 경계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약 6km의 직선 구간. 해안 쪽에 1972년에 건설되어 2005년까지 유지된 네차림 정착촌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곳을 점령해 이른바 ‘완충지대’로 사용한 이스라엘은 가옥 등을 철거하고 도로를 비롯한 군용 시설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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