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 앞에서 웃음 짓기 (마이 아와드, 2026)

원문: Mai Awad, “Laughing in the face of oppression,” The Electronic Intifada, 2026.02.16.

코미디언이자 변호사인 아메르 자르가 2002년에 이스라엘인들에게 살해 당한 팔레스타인 언론인 시린 아부 아클레를 추모하며 “언론”이라고 적힌 셔츠를 입고 있다. 2025년 3월 30일에 열린 팔레스타인아동구호기금 오레곤 포틀랜드 지부 자선 공연 때의 모습이다. (John Rudoff SIPA USA)

2025년 12월 말, 이스라엘 경찰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코미디언 아메르 자르Amer Zahr구금했다. 그가 고향인 나자렛에서 3회차 공연의 첫 회를 마친 직후였다. 그는 명확한 혐의 없이 한 시간 반에 걸친 심문을 받았고 변호사 동석을 차단 당했다.

마침내 풀려난 그는 관객이 떠났을 거라 생각하며 극장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관객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무대에 올라 남은 공연을 계획대로 마쳤다.

자르의 구금은 외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 코미디 레퍼토리의 일부로 혹은 소셜미디어에서라도 ― 이스라엘의 식민 폭력을 이야기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검열 당하고 표적이 되는 큰 패턴의 일부다.

지난해 2월에도 이스라엘 당국은 하이파에서 코미디언 니달 바다르네Nidal Badarneh집을 습격해 그를 연행했다. 이스라엘 방송국 채널13의 한 인기 프로그램에서 그의 농담 몇 가지를 번역해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게시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 언론 선동 캠페인에 따른 것이었다.

바다르네는 공연에서 가자에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을 조롱하고 1948년 국경 내에서 팔레스타인인들 겪는 구조적 불평등과 일상적 부정의는 물론 이스라엘이 현재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는 인종학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채널13이 게시물을 올린 후 며칠 동안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살해 협박과 그를 요르단으로 추방해야 한다는 요구를 비롯한 혐오 메시지가 빗발쳤다. 예정되어 있던 공연 몇 건이 취소되기도 했다.

바다르네는 몇 시간만에 풀려났고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잠깐 동안 그를 구금한 취지는 분명했다. 시온주의 정책을 비판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 자르는 이후에 그가 행정 구금,[역주1] 즉 기소나 재판 없는 수감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1967년 점령지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종종 적용되는 이스라엘의 통상적인 조치다. 수 개월간 가두어 둘 수 있으며 무한정 갱신될 수 있는 종류의 구금이다.

거울

이 같은 식민의 겁박 시도에 굴하지 않고, 자르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코미디언들은 계속 무대로 돌아가 공연한다. 실제로, 그가 이스라엘 당국에 꼬두리를 잡힌 그날 밤 관객들이 자르를 기다렸다는 사실은 그를 침묵시키려는, 혹은 그의 팬들을 겁 주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법학을 전공한 자르는 합중국 시민권자이며 외국 시민권이 없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에 비하면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상대적 특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여권과 법조 이력은 이스라엘의 겁박 전술로부터 그를 지켜주지 않았다. 자르도 결국은 팔레스타인인이며, 그런 이유로 그의 공연은 위협적으로 여겨진다.

팔레스타인 스탠드업 코미디는 팔레스타인의 일상의 질감을 비추는 거울이다. 무대에서 코미디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상에서 감당해야 하는 절망은 물론 가족사, 결혼, 연애에서부터 성역할, 아랍 문화의 규범까지 온갖 것을 다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들에는 한밤중의 체포, 가택 습격, 공항에서의 취조, 검문소에서의 끝없는 대기, 이스라엘 군대와의 만남 등 이스라엘 정착자 식민주의가 낳는 현실들이 얽혀 있다. 코미디언들이 하는 말이 전부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것은 아니지만, 뒤에는 언제나 정치가 깔려 있다.

관객이 그런 현실에 익숙하기에 코미디에 정치적 목적의식이 부여된다. 리사 벙갈리아Lisa Bhungalia가 「권력을 비웃기Laughing at Power」에서 주장하듯, 스탠드업 코미디와 그것이 자아내는 웃음은 “위반적transgressive일 수 있으며 “우리의 사회적 세계를 떠받치는 규범과 ‘합리성’을 의문에 붙임으로써 기존의 권력 관계, 기성의 위계질서를 불안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행태, 그 모순과 부조리를 폭로하면, 강제되는 일들을 이름 붙일 수 있고 의문시할 수 있으며 다같이 비웃을 수 있는 일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의 상황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이스라엘 식민 권력을 비웃거나 해체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대안적인 정의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스카 프림스Oskar Primbs와 마르셀 C. 도슨Marcelle C. Dawson은 「스탠드업 코미디 진지하게 생각하기Taking Stand-Up Comedy Seriously」라는 에서 우리가 ― 스탠드업 코미디가 진실 말하기, 공적 교육, 탈식민적 미래의 상상을 위한 강력한 장소 역할을 할 수 있는 ― 정착자-식민 맥락에서의 스탠드업 코미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정착자-식민적 관계들에 대한 논쟁에 참고점이 될 수 있을 방식으로 ‘인종사유하기racethinking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독려”하는 대항스토리텔링으로서의, 마오리 코미디를 비롯한, 선주민 스탠드업 코미디를 살핀다.

바꾸어 말하자면, 코미디는 선주민 공동체들을 수동적인 피해자로 보는 대신 그들을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주체로 제시한다.

죽음 앞에서 웃음 짓기

자르의 가장 유명한 농담 중 하나가 이 같이 지배 서사를 전복하는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이스라엘 건국과 1948년 나크바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우리 땅을 훔쳐갔어요, 풀옵션으로요.”

자르의 이 농담은 “땅 없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 없는 땅을a land without a people for a people without a land”이라는, 팔레스타인인을 강제로 쫓아내고 그들의 땅, 집, 재산을 약탈한 일을 정당화하는 데에 오래도록 쓰여온 시온주의 프로파간다에 맞선다. 이 단순명쾌한 농담은 팔레스타인이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었다는 주장의 부조리를 까발린다.

마오리족의 대항스토리텔링과 비슷하게 자르의 농담은 팔레스타인인을 수동적인 피해자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식민 논리를 비웃고 스스로의 선주민 서사를 만들 능력이 있는, 지력 있는 주체로 제시한다.

비슷한 전략을 쓰는 다른 농담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야콥 ― 무나 알쿠르드Muna al-Kurd에게 셰이크 자라에 있는 그녀의 집을 두고 “내가 안 훔치면 다른 사람이 훔칠 거야”라고 말한 유대인 정착자 ― 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진심으로 사의를 표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약탈이 불가피한 일로 여겨지는 시온주의 정착자 식민주의의 논리를 폭로한 야콥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 농담을 무대에서 현실로 옮겨, 셰이크 자라를 찾아가 알-쿠르드 가족의 집 앞에 서서 풍자적으로 야콥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야콥이 뭐가 고맙냐고 묻자 자라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라서 고마워요 … 당신은 대단해요.”

한편, 바다르네는 체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스라엘인들은 우리의 그 어떤 권리도 앗아갈 수 없다, 특히 죽음 앞에서 웃음 지을 권리는”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오늘날 팔레스타인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궁극적인 쟁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가자가 온 세상이 다 보는 가운데 이어지는 인종학살을 겪고 있는 동안, 이스라엘은 매일매일 계속해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체포하고 겁박한다. 사망자가 71,000명을 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대미문의 만행으로도, 이스라엘이 통제하거나 앗아갈 수 없는 것이 있다. 웃음은, 풍자는, 이야기는 훔쳐갈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코미디는 그저 정치에서 도피하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땅에의 연결성을 확언하는 데에, 부단히 자신들을 지우려 하는 현실에 제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데에 쓰는 도구다.

역주1행정 구금이란 기소나 재판 없이 무기한으로 사람을 잡아 두는 조치인데, 브첼렘 자료에 따르면 (공식적인 혐의 없이 갇혀 있는 상당수를 포함해)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 제도로 감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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