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집

2018.09.22.

벽에서 물이 샘솟는다. 사실 샘솟는 건 아니고, 샘솟았던 흔적이 있다. 벽지와 벽 사이에 물이 고여 불룩한 상태. 바닥을 적신 건 일단 닦았지만, 귀찮아서 벽지 뒤에 고인 물은 방치하고 있다.

하필 연휴 첫 날 이렇게 되었는데 직장에 나가 있다는 집주인은 당장 사람을 불러 줄 의사가 없으므로, 아무래도 연휴 내내 수리 못하지 않을까. 덕분에 고향행 버스표를 취소하고 수수로 1600원을 물었다. 연휴 동안은 집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물을 닦을 예정.

2018.10.06.

이사 온 집에는 현관등이 없었다. 볕은 들지 않으므로, 현관은 어두컴컴했다. 바깥이 밝을 때야 현관문을 열고서 신발을 찾아 꿰어 신으면 되었지만 밤중에 나가야 할 때는 신발을 찾을 수 없었다.

전선이 보이게 설치하는 게 싫기도 했지만, 그보단 몇천 원이라도 덜 쓰려고 건전지식 센서등을 사서 달았다. 발광 다이오드 여섯 개, 희미한 불 아래에서 겨우 신발을 신기를 삼개월, 건전지 수명이 다했다. 그렇게 한 해를 채우고 나면 건전지 값이 전등 가격차를 넘어서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잠깐 고민하다 그냥 전선을 연결하는 등을 새로 사서 달았다. 가난의 습관은 늘 이런 식이다. 얼마라도 아껴보겠다고 못할 것이 분명한 것을 사게 된다. 그리곤 후회하고, 결국 돈을 더 쓰고 만다. 갑자기 밝아진 현관이 어색하다.

2018.10.13.

지금 사는 집은 (조금 전까진) 화장실 콘센트에 덮개가 없었다. 물이 튀기 좋은 자리에 있지만 샤워를 해 보니 딱히 물이 튀지는 않길래 그냥 두고 살았는데, 요 며칠 어째선지 그쪽으로 물이 튀는 것을 발견했다. 딱히 걱정될 수준은 아니었지만 나사 푸는 건 재밌는 일이므로 콘센트를 바꾸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두 가지를 알게 되었고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1. 차단기함을 열면 레버 세 개가 보인다. 하나는 메인이고, 두 개는 거기에 물려 있는 서브인 듯하다. 서브가 두 개이므로 한 라인은 콘센트들, 한 라인은 전등들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하나를 내렸더니 콘센트와 전등 모두의 전원이 차단되었다. 나머지 하나를 내렸다 올렸다 해 보니 복도의 등이 꺼졌다 켜졌다 한다. 지상 3층 건물이고 나는 1층에 산다. 세 층에 사는 사람들이 복도를 오갈 때마다 켜지는 센서등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요금을 내가 내고 있었던 거다! (정확히 말하면, 이사 온 이후로 아직 한 번도 요금을 내지 않았으므로, 내가 내야 하는 것이다. 큰 문제는 아니다. 한 달 전기요금은 평균 이천 원 정도 되는 것 같다.)

2. 낡은 집인데 콘센트는 모두 접지극이 있는 것이어서 신기하게 여겼다. 그러나 열어보니, 접지극만 있을 뿐 접지선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

3. 2구 콘센트를 교체한 것인데, 2구 콘센트는 전원선 두 가닥을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콘센트 안에서 분배되어 총 네 개의 구멍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그런데 여긴 어째선지 네 가닥이 연결되어 있다. 원래 꽂혀 있던 대로 꽂으니 전기는 문제 없이 통하긴 하는데 대체 왜 네 가닥인 걸까. 이 콘센트를 거쳐 다른 데로 또 전기를 전하도록 만들어 둔 걸까 싶지만 그럴 이유가 없으므로 그렇다고 확신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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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아니 근데 5월에 입주했는데10월이 되도록 전기요금을 한 번도 안 냈다니…(지금도 두세 달에 한 번씩 몰아서 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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